-1og./workaholic.2011/10/20 23:27
.. 상대적인 고객들의 이야기

요즘 피자를 만든다. 피자를 만들고 파는 3개월 동안 다양한 고객들을 만났다.

어떤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는 이른 시간부터 피자를 주문하고 매장 앞에서 한 조각을 드시고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시며 한마디 하셨다. "제가 먹어본 피자 중에 제일 맛있어요. 정말 맛있네요.."

내가 피자를 팔았던 고객 중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고객 중 한명이다. 어떤 누군가에게 우리가 만든 피자가 가장 맛있는 피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.

하지만 즐거운 일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.

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이 느끼기에 평균 이상의 맛을 내는 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...

피자를 만들 때 매번 100% 완벽하게 똑같이 만들 수는 없지만 익숙해진 만큼 내가 만든 같은 종류의 피자는 비슷한 맛을 낸다. 아래의 두 이야기는 어제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.

- 첫번째 이야기

오후에 한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함께와서 피자를 주문했다. 그리고는 피자를 만들고 있는 내 뒤로 와서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..

그녀: "여기 피자 진짜 맛없는 거 알져?"
나는: "네?...?"
그녀: "아니 무슨 피자에 야채가 그렇게 않들어 가 있어요? 먹으면서 갯수가 몇 개인지 다 세겠어."
그녀: "야채 값 얼마나 한다고 그게 아까워요? 나도 피자 많이 만들어봐서 아는데... 이러쿵 저러쿵 어쩌구 저쩌구.."
   - 피자를 만들고 오븐에 굽는 시간 동안 이 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. 오늘의 토론 주제는 야채였다..

그 분의 논점은 야채 값도 싼데 재료가 너무 적게 들어가서 피자 맛이 완전 쓰레기 였다는 거였다. 이해가 힘든 부분이었다.. 왜 그럼 사먹는거지.. 이 분이 피자를 만드는 내내 이렇게 떠들어 주신 덕에 왔던 손님들은 주문을 하지 않고  다 돌아갔다..

피자가 다 구워져서 나왔고, 그 분은 아이 두명과 매장 앞에서 피자를 맛있게(? - 같이 일하던 아이의 이야기에 따르면) 다 먹었다... 하지만 가시기 전에 이런 말을 잊지 않고 해주셨다.

그녀: "근처에 피자 먹을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 사먹는 거지 진짜 야채 완전 없어! (거의 절규를 하신다..)"
  - 이곳에서 3~5분내 거리에 이마트, 백화점 피자와 피자 로드샵(피자헛, 미피 등)들이 널려있다..
그녀: "아니 무슨 피자에 올리브, 빨간피망, 버섯들도 안들어가는 피자가 세상에 어딨어?"

- 두번째 이야기

마감 시간이 다가 올 때 쯤, 마트 내에서 일하시는 여사님 한 분이 피자를 주문하러 오셨다.

그녀: "지난번에 여기 피자 먹었는데 피자에 무슨 야채밖에 안들었어?..."
나는: "네?...?"
그녀: "피자헛 피자는 야채도 별로 없고 정말 맛있는데 여기는 야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맛이 없어..."

이 분의 논점은 피자에 무슨 야채를 이렇게 많이 넣었냐는 것이었다.. 한 2~3분 간 어떤 피자를 살지 고민하시면서 야채가 너무 많다는 불평을 터는 바람에 옆에 주문하려고 기다리던 손님들이 하나 둘 떠났다.. 젠장...

그리고는 결국 치즈피자를 사가지고 가셨다.. 가시면서...

그녀: "치즈 피자는 야채가 없으니 맛있어야 할 텐데..."


내가 만든 하나의 피자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의견(맛이 없었다는 것은 같지만 ^^)을 가진 두 사람이 그 날 하루에 와서 불평을 쏟아내고 갔다.. 그 둘의 공통된 이야기는 "여기 피자는 너무 맛이 없다. 피자헛 등 다른 곳의 피자가 훨씬 맛있다." 였다. 이 둘은 왜? 여기서 피자를 사먹지?

야채의 양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가진 두 명의 고객.. 어렵다. 세상에 쉬운게 하나도 없다.. 하지만 이 이야기들에서 가장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..

그냥 매장에 와서 맛이 없다고 하고 가면 되는데.. 왜 또 사서 먹고 있느냐는 것이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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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andgoon